우리에게 서양의 그레고리오성가만큼 먼 노래인 줄 알았던 무가巫歌를 오늘날의 언어와 스타일로 되살리는 추다혜. 올드 힙합·루츠 레게·록·솔·펑크까지 수많은 서양음악 장르에 추다혜가 풀어낸 무가만의 흥과 ‘뽕기’를 더한다.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는 더없이 탁월한 음악”으로 평가받는 밴드 추다혜차지스의 리더 추다혜. 그의 음악 맨 아래 깔린 것은 누군가의 복을 비는 곡진한 마음이다.

추다혜차지스 1집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앨범 커버. 이 앨범에 수록된 ‘리츄얼댄스’가 2021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상을 받았다. 소수민족컴퍼니 제공.
“오늘날에야 반갑고도 즐겁구나/ 피안도 서낭굿 제주도 영등굿 황해도 재수굿/ 굿패키지로 정성 올려 인간의 명빌이 세간에 복빌이 수명빌이/ 없난 자손 무쇠명에다 돌끈달어 일백육십 점지할제 (…) 명복일랑 다 받아가요 재수대통 다 받아가요/ 다 받아가는 건 다 좋은데 잘하면 잘한다 박수도 좀 치고/ 못해도 잘한다 박수 쳐라 더 세게 쳐라 더 많이 쳐라.” _추다혜차지스 ‘오늘날에야’ 중
소리가 고인 데 없이 구르더니, 도둑숨을 쉬듯 비음으로 슬쩍 넘어간다. 이토록 낯선 무가(무속 의식에서 무당이 부르던 노래)를 떠받치는 건 놀랍게도 밴드의 베이스 연주다. 듣노라니 어깻죽지와 목이 절로 그루브를 탄다. 무아지경의 내 몸짓을 노래가 밟고 가는지, 내 몸이 노래를 업고 가는지 모르겠다.

무대 위에서 자신을 ‘가짜 무당’이라고 소개하는 소리꾼 추다혜. 국립극장 제공.
“공연 때는 ‘추다혜차지스의 가짜 무당 추다혜입니다’라고 인사해요. ‘가짜 무당이라서 작두도 못 타고요. 신‘빨’이 부족할 텐데요, 그래도 음악으로 열심히 복을 빌어드릴게요’ 합니다.” 실제로 추다혜는 공연에서 깃털 머리 장식을 쓰고 무령(방울)을 든 채 노래한다.
그는 진짜 ‘가짜’다. 강신 무당도, 세습 무당도 아니다. 무가에 힙합·펑크·레게·록 같은 서양음악 장르를 결합해 노래하는 소리꾼이자 밴드 뮤지션이다. 그런데 ‘진짜’다. 굿판에 선 무당처럼 신명을 다해 노래로 복을 빌어주니 이게 지금 시대의 굿이 아니고 무엇이랴.
막사발, 막걸리, 막국수, 막춤…
접두사 ‘막’에는 서툴고 투박하지만 일단 해보는 한국인의 기질과 태도, 정신, 용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기질이 어떤 감각과 만날 때 남다른 디자인과 예술로 확장되고, 벤처 정신이 돋아납니다. ‘막, 크리에이티브!’를 디자인하우스의 50주년 기념 문화 캠페인으로 삼은 이유입니다.
“제가 하는 음악은 가장 마이너한 소수의 음악이고, 레퍼런스로 삼을 만한 사례도 없는 작업이에요. 공연장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되나 난처해하는 관객 표정을 만날 때도 있고요. 그렇다고 기가 죽거나 자격지심을 느끼진 않아요. 대중음악상을 받았지만, 대중음악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어요. ‘나는 나대로’ 계속 이렇게 노래하고 싶어요. ‘그냥 이걸 해야 할 것 같고, 좋다’라는 말 말고는 설명이 잘 안 되네요. 제 안에서 동력이 사라지지 않아서 계속하는 거 같아요.”
우리 곁을 지켜온 노래
먼 옛날 노래는 이렇게 태어났단다. 사람이 점점 늘어나 서로 털을 골라주며 유대하는 ‘신체적 그루밍’이 어려워지자, 여럿에게 동시에 닿는 음성, 즉 노래로 ‘보컬 그루밍’을 하기 시작했단다(영장류학자 로빈 던바의 보컬 그루밍 이론). 그 시절에 살아본 이가 없어 확인할 길은 없으나, 옛적부터 노래가 유대의 도구였던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한국의 무가야말로 우리의 보컬 그루밍이 아닐까. 태어나고 늙고 앓고 죽는 굽이마다 인간의 곁을 지켜준 노래였으니 말이다.
“2016년 안은미 선생님이 기획한 공연을 하러 프랑스에 갔다가 이찬엽 만신의 굿을 봤어요. 강신무니 뭐니 하는 걸 떠나 무대를 장악하는 엄청난 퍼포머였죠. 저것이야말로 공연의 원형이구나, 춤과 노래와 연기가 있는 종합예술이구나 싶었어요. 말도 통하지 않는 관객들이 홀린 듯 일어나 같이 춤추고 울먹이곤 했죠. 무가에 담긴 치유의 메시지를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리고 그 소리를 배우고 싶어졌고요.” 민요 록 프로젝트 밴드 씽씽에서 활동하던 추다혜는(훗날 이날치 밴드를 결성한 장영규·이철희, 국악인 이희문 등과 활동) 이 만남을 계기로 전국을 다니며 황해도·제주도·평안도 무가 등을 배웠다.

추다혜차지스는 자신들의 음악을 ‘사이키델릭 샤머닉 펑크’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적 구분도 필요 없을 것이다. 밴드 이름의 차지는 우리말로 ‘몫’이라는 뜻으로, 복 받아 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차지라는 메시지가 대표곡 ‘차지S차지’에 담겨 있다. 소수민족컴퍼니 제공.
“이찬엽 만신은 지인의 지인이었는데, ‘민요나 하지, 왜 이걸 하냐’며 반대하시더니 결국 스승이 되어주셨죠. 제주도 무가는 음원만 듣고 무작정 김윤수 큰심방(제주에서 무속 사제를 일컫는 말. 김윤수 심방은 국가무형유산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보유자다)을 찾아가니 ‘심방 할 아이가 아닌데’ 하시데요. 그러면서도 부인인 이용옥 심방님을 소개해주셨어요. 사실 굿은 도제식 교수법 같은 게 없어요. 선생님들이 아기 때부터 몸으로 익힌 거라 같은 대목도 부를 때마다 버전이 달라요. 날것 그대로의 즉흥성이 강하고, 원초적이죠. 일상어와 너무 다르고, 난해하다 싶을 정도로 사투리나 고어가 섞여 있고요. 선생님 곁에서 채록하고, 정리해 다시 뜻을 여쭤보는 고증 작업을 했죠. 그런데 곁에서 보니 만신은 인간 누구나 지닌 초능력 중 좀 다른 감각이 열린 사람인 것 같더라고요. 그 열린 감각으로 누군가의 맺힌 한을 풀어주고 카타르시스, 그러니까 신명을 안겨주는 사람이었죠. 그때 생각했어요. ‘이게 몇백, 몇천 년 내려온 치유의 음악이라면 나는 나만의 창작 음악으로 만들어야겠다. 듣는 이가 회복되는 음악,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해지는 음악으로 만들어야겠다’라고요.”
그때부터 구술 자료와 무가집을 조사하며 가사를 뽑아냈다. 뉘앙스에 맞는 말을 조합하고, 실제로 불러보며 입에 잘 붙도록 재배열했다. “가사로 이야기를 짜는 게 좋아서 작가적 접근으로” 그가 써온 가사에 멤버들이 즉석 연주를 붙이는 식으로 곡을 만들었다. 아, “추다혜가 홍대 쪽에서 잘하는 애들을 다 쓸어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디 신에서 인정받은 시문(기타리스트), 김다빈(드러머), 김재호(베이시스트)가 추다혜차지스 멤버로 함께했다. 이들은 무가가 지닌 언어의 질감과 리듬의 반복성 등을 밴드 사운드와 잘 어우러지게 하는 데 주력했다.

추다혜차지스는 기타리스트 시문·드러머 김다빈·베이시스트 김재호·추다혜로 구성됐다. 인디 신에서 인정받은 실력자들이 함께 음악을 만든다. 소수민족컴퍼니 제공.
“각자 해온 음악의 바탕이 있고, 각자의 서사가 있어” 오히려 큰 이견 없이 즉석에서 곡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2020년, 무가를 얼터너티브 블랙 뮤직으로 풀어낸 1집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가 나왔다. 무가를 밴드와 결합한 선례를 찾기 힘든 음악이었다. 수록곡 ‘리츄얼댄스’는 2021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에 선정됐다. 2집 〈소수민족〉은 2026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상을 거머쥐었다. 수록곡 ‘허쎄’는 ‘최우수 알앤비&소울’상을 받았다. “우리 음악의 외연을 넘어 글로벌 대중음악의 문법 자체를 확장한 성취”라는 평이 함께했다.
본디 예술은 전달된다기보다 감염된다. 감염이라는 말이 불순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보다 나은 표현을 찾을 수 없다. 예술이야말로 감염되어 함께 앓음으로써 오히려 치유되는 것이다. 추다혜차지스의 노래는 감염성이 꽤 높다. 지금 바로 ‘차지S차지’ ‘허쎄’ ‘사이에서’ ‘리츄얼 댄스’ 같은 노래를 찾아 들어보시라. 내 말이 단박에 이해될 것이다.
혼쭐, 통하다
“사바세계로 불리러 갈제 날 따라오너라/ 멀고도 험하고도 거치른 길이로다/ 가다 보면 깊은 산이 있고 깊은 물이 있다 (…) 모든 것이 싫다 신도 싫고/ 인간도 싫다/ 혼자 있고 싶어진다 (…) 그때 돼도 신명에게 의지해라/ 신명에게 의지해서 가다 보면 또 넘어진다 또 일어나라/ 일곱 번 넘어져도 팔딱 일어나라 오뚜기처럼 팔딱 일어나라.” _추다혜차지스 ‘사이에서’ 중
나 어릴 적만 해도 웬만한 서울시 동네 골목 끄트머리에는 무당집이 있었다. 굿하며 대나무에 걸어놓은 돈을 슬쩍 떼어 주전부리로 바꿔 먹는 철부지들도, 제 눈꼬리 처진 게 어릴 적 그 돈을 가져가서라며 어르는 옆집 아저씨도, 평생 만구대택굿 같은 큰굿 세 번만 벌이면 집안 소원이 다 이뤄진다고 믿는 외할머니도 있었다. 지금이야 미신으로 터부시되지만 무속은 우리 일상과 함께하던 전통적 생활 문화였다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굿에서 ‘신을 청하고(청배)’ ‘부정을 씻고(정화)’ ‘복을 빌어주는(축원)’ 흐름은 여러 종교의 형식과 비슷하다.
“실제 공연장에서 우리 노래를 듣고 씻음받는 느낌, 복받는 느낌이라는 말을 종종 들어요. 영성의 교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본래 그는 대학에서 국악과 노래 연기(서울예대 국악과, 중앙대학교 국악대학)를 전공했다. “나는 이렇게 젊은데 인간문화재의 모습 그대로 가만히 서서 발림만 해야 하나, 정해진 답 없이 내 마음대로 소리를 내고 싶어” 20대를 인풋으로만 채웠다. 서른 살 무렵, 대학 동기인 “이희문 오빠”의 제안으로 밴드 씽씽에서 “자유롭게 놀 듯” 음악을 했다.
“본격적으로 굿을 조사하기 전, 요가를 해오면서 명상 음악, 만트라에 푹 빠져 있었어요. 찬팅까지 찾아 들으면서 모든 게 영성과 관계가 있다는 것에 호기심이 일었죠. 그러다 이찬엽 만신의 굿을 보았고요. 내가 당신을 위해 기도해줄게, 이건 돈으로 살 수 없는 아름다운 마음이잖아요. 영성이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의지에서 무가를 시작했지만, 결국 이 음악으로 나도 치유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음악을 통해 나를 깊이 알아가는 과정이 거듭되면 미력하나마 힐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제가 하는 음악은 가장 마이너한 소수의 음악이고, 레퍼런스로 삼을 만한 선례도 없는 작업이에요. 2집 앨범명을 ‘소수민족’이라고 했을 정도로. 공연장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되나 난처해하는 관객 표정을 만날 때도 있고요. 그렇다고 기가 죽거나 자격지심을 느끼진 않아요. 대중음악상을 받았지만, 대중음악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어요. ‘나는 나대로’ 계속 이렇게 노래하고 싶어요. ‘그냥 이걸 해야 할 것 같고, 좋다’라는 말 말고는 설명이 잘 안 되네요. 제 안에서 동력이 사라지지 않아서 계속하는 것 같고요.”
강물처럼 흐르는 그의 말 안에 ‘막’의 요체가 다 들어 있다. 즉흥성, 신명, 그리고 혼보다 더 강력한 그 무엇, 혼쭐. 그건 언어라는 장벽도 뛰어넘는다. 스페인 카르타헤나의 월드 뮤직 페스티벌에서 공연 내내 자리를 지키던 관객들, 마드리드에서 “고맙습니다” “사랑해요”를 외치던 K-팝 팬까지 모두 그의 노래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런데도 혼쭐이 통했다.

스페인 남부 카르타헤나에서 열린 La Mar de Musicas 페스티벌 공연. La Mar de Musicas 제공.
노래할 일만 남았다
우리말 ‘노래’는 ‘놀다’라는 동사의 어간 ‘놀’에 명사형 접미사 ‘애’가 붙은 말이다. 삶이라는 고해를 건너려면 놀이도, 노래도 필요하다는 뜻일 터. 상하고 지친 이들 곁에서 자기 몫의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는 그가 꿈 하나를 보탠다.
“아시아권은 아직 굿의 원형이 많이 살아 있어요. 샤먼의 뿌리가 몽골에 있다고도 하고요. 실제로 매년 8월, 몽골에서 세계 샤먼 축제가 열리는데, 아시아 각지의 샤먼들이 모여 굿을 공연처럼 선보여요. 한국을 포함해 몽골·중국·베트남·태국은 한 사람이 춤추고 노래하는 구조가 서로 닮았죠. 한국 무가뿐 아니라 이런 아시아권 무가를 접목한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태국과 몽골 무가 조사가 다음 계획이에요. 영혼이 통하는 느낌이 또 올 것 같아요. 말은 안 통해도.” 아, 하나 더 있다. “강신무든 세습무든 무당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굿하는 걸 보면 나도 따라 눈물이 나요. 진심을 다하면 관객도 그걸 알아봐요. 그 진정성을 선생님들에게 배웠죠. 무가의 가르침도 귀하지만, 그분들의 삶을 듣는 게 크게 다가왔어요. 그게 지금 저에게 굉장히 좋은 자양분이 되고 있어요. 무가를 더 깊이 있게 해야겠다는 책임감, 경계인으로서 살아온 그분들의 삶을 조명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이찬엽 만신과는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이용옥 심방과는 제주 공연에서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찬엽 만신은 자신이 가르친 노래를 추다혜가 편곡해 만든 무대 앞에서 “오랫동안 천대받았던 시간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진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용옥 심방은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소식을 듣고 “이 음악이 이렇게 박수받을 일이라는 게 놀랍고 기쁘다”며 울었다. 두 사람의 눈물 앞에서 오랜 다짐 하나가 또렷해졌다. 이 노래로 그들의 삶이 계속 기억되게 해야겠다는 다짐. 추다혜는 2022년 ‘광-경계의 시선’ 공연에서 스승 이찬엽 만신에 대한 헌사를 보냈다. “신이 갑자기 한 소년의 삶에서 내일이란 말을 그만 지워버렸네 (…) 이야이야이야오 신이시여 삼켜버린 소년의 꿈들을 뱉어내요!”(‘오 신이시여?’) 신과 인간의 경계에서 생의 외줄타기를 해온 스승을 노래와 눈물로 위로했다. 가짜 무당이 전한 진짜 위로였다.
자, 이제 우리도 시름 많은 생을 놀이처럼 노래할 일만 남았다. 봄기운에 궁둥이를 털썩 내려놓은 바위처럼 힘 빼고. 몸이 노래를 토해놓는지, 노래가 몸짓을 밟고 가는지는 알 바 아니다. “일월이 놀자 제석 놀자 맺힌 간장 다 풀려 놉서 아아아아 아하야앙 어허어 어허어 어허어야 어허요 간장 간장 맺혀진 간장 오늘날에 다 풀려 놉서 아아아아 아하야앙 어허어 어허어 어허어야 어허요 요왕태자님도 놀고갑서 거북사자님도나 놀고나 갑서 아아아아 아하야앙 어허어 어허어 어허어야 어허요.” _추다혜차지스 ‘리츄얼댄스’
추다혜차지스의 다음 공연
〈추다혜차지스 소수민족-전주〉: 8월 28~29일, 국립무형유산원.
〈2026 ACC 엑스뮤직페스티벌-광주〉: 10월 1~4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추다혜차지스 유럽 투어: 10월 11~22일, 프랑스·영국·오스트리아·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