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명절에 먹는 음식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관점에 따라 여러 대답이 나올 수 있지만, 식물분류학으로 보면 대부분 뿌리채소와 나무 열매로 만든 음식이다. 한 해 농사의 결실을 만끽하고 지나온 시간을 추억으로 소환하는 한가위 절식을 한국인의 식문화를 망라한 〈K FOOD: 한식의 비밀〉을 바탕으로, 오뚜기와 함께 알아본다.
* 이 칼럼은 디자인하우스에서 나온 〈K FOOD: 한식의 비밀〉 중 제2권을 바탕으로, 일부 내용을 발췌·인용하였음을 밝힌다.

1. 한국인은 버섯을 생으로 먹거나 나물·구이·전골·찜·볶음으로 즐겼으며, 잡채·찌개·국 등 다양한 요리에 넣어 먹었다. 2. 가루 내어 묵으로도 만들어 먹는 도토리가 요즘 웰빙 식재료로 인기다. 3. 잘 썩지 않는 붉은 대추는 조상을 향한 후손의 한결같은 마음과 자손 번성을 상징해 제사상과 혼례 음식에 빠지지 않는다. 4. 도라지를 깨끗한 물에 우리는 것은 쓴맛을 내는 독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추석 명절이 코앞이다. 이맘때면 집집마다 전을 부치고 가풍대로 준비한 탕국이나 대표 절식인 토란탕을 끓이는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풍경도 그려진다. 나무를 흔들거나 기다란 장대로 가지를 두들겨 대추를 따고, 뾰족한 가시로 뒤덮인 밤송이를 신발로 밟아 벌린 뒤 알밤만 빼내던 기억도 떠오른다. 벼가 황금빛으로 물든 논이 주는 든든함과 갓 수확한 사과·배의 탐스러운 자태도 생생하다. 오곡백과를 거둬들이는 추석은 풍요의 명절이자 맛과 향을 끈 삼아 지나간 시간을 소환하는 기억의 매개체인 것이다.
우리가 명절 음식 앞에서 유년 시절이나 고향을 문득 떠올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이는 ‘프루스트 현상’으로 설명된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 냄새를 맡고 과거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린 데서 유래한 용어다. 추석 절식은 한국인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열쇠나 다름없다. 1년 농사의 결실을 거둬들이고 나무에 알알이 맺힌 열매를 따는 이 시기에는 맛깔난 절식으로 미식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수확의 계절에 자리한 풍요로운 추석은 이 시기에 주어진 귀한 이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최근 명절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여럿이 모여 음식을 장만하는 가정도 흔치 않다. 하지만 혼자라고 명절을 지나치거나, 시간에 쫓기고 솜씨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간편식이나 시판 양념을 활용하면 1인분만 즐길 때도 유용하고 맛 내기도 쉽다. 전통을 계승한다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풍요로운 추석에 때 맞춘 절식을 즐기고, 맛으로 채운 기억을 한 켜 한 켜 쌓으면 그것만으로도 명절의 의미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추석 절식으로 가장 제격인 음식은 토란탕이다. 토란은 따지고 보면 특이하기 그지없다. 평소에는 잘 먹지 않지만 추석에는 즐겨 먹는다. 원래 서울·경기 지방에서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먹었다지만, 토란에는 변비를 막고 소화를 돕는 성분이 들어 있으니 과식하기 쉬운 추석 음식으로 더없이 좋다. 잡채도 빼놓을 수 없다. 어느 집이고 잔칫상이나 명절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단출한 재료로 간단하게 맛을 살리고 싶을 때 한국 명절 나물에서 빠지지 않는 도라지를 주재료로 활용하면 별미다. 뻔하지 않은 음식으로 솜씨를 부리고 싶다면 표고버섯을 새우살로 채운 전이나 도토리묵초가 제격이다. 묵은 얼핏 서양 젤리와 비슷하지만 젤라틴 등을 굳혀 만드는 젤리와 달리 식물성 전분을 가열·호화한 뒤 식혀 만든다는 점이 다르다. 특히 탄수화물을 많이 함유한 도토리는 먹을 게 부족하던 시절 독보적 나무 열매였다. 구황작물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뿌리채소로는 우엉과 연근이 대표적이다. 최근 각광받는 건강 식재료이기도 한데 튀김으로 먹으면 맛있다. 계절감을 살리고 싶다면 디저트도 심사숙고하자. 은은한 단맛과 쫀득한 식감이 일품인 대추초와 함께 소화를 돕고, 입가심에도 좋은 허니진저비니거나 애플사이다비니거를 내면 안성맞춤이다.
더할 나위 없는 추석 절식
요즘은 추석에 토란탕을 챙겨 먹는 집이 드물지만, 우리 조상의 토란 사랑은 유별났다. 〈홍길동전〉을 지은 작가 허균은 토란탕을 신선의 음식이라고 읊은 송나라 소동파의 시를 인용하면서 “땅에서 나는 음식 중 토란보다 맛있는 것은 없을 것”이라며 예찬론을 펼칠 정도였다. 오죽하면 이름에도 흙 토土, 달걀 란卵 자를 써서 ‘땅에서 나오는 달걀’이라고 했을까 싶다. 그뿐만이 아니다. 토란에는 변비를 막고 소화를 돕는 성분이 들어 있으니 과식하기 쉬운 명절 음식으로 더없이 좋다. 다만 토란 특유의 아린 맛과 미끈거리는 식감을 없애고 싶다면 쌀뜨물에 담가둘 것. 볶은 쇠고기와 새우젓, 토란을 쌀뜨물에 넣고 끓이면 담백하고 깔끔한 국물 맛을 낼 수 있다. 간단하게 깊은 맛을 살리고 싶다면 시판 쇠고기장국을 활용하면 제격이다.

토란탕
재료(4인분)
토란(껍질 벗긴 것) 400g, 쇠고기 치마양지 200g, 대파 1대, 물 12컵, 오뚜기 쇠고기장국 2큰술, 국간장·오뚜기 순후추·소금 약간씩
만들기
① 쇠고기는 흐르는 물에 담가 30분 정도 핏물을 뺀 뒤 냄비에 담고 물을 부어 1시간 정도 끓인다.
② 토란은 씻어 쌀뜨물이나 식촛물에 5분 정도 삶아 아린 맛을 뺀 뒤 건져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게 썬다. 대파는 송송 썬다.
③ ①의 쇠고기 덩어리는 건지고 국물은 젖은 면 보자기에 밭친다. 고기는 납작하게 썰어 국간장과 후춧가루를 약간씩 넣고 무친다.
④ 냄비에 ③의 쇠고기 육수를 5컵 정도 붓고 ②의 토란과 쇠고기장국을 넣어 끓인다. 토란이 익으면 무친 쇠고기와 송송 썬 대파를 넣고 소금으로 간한다.
산삼보다 나은 도라지
시금치·고사리와 함께 차례상에 빠지지 않는 삼색 나물인 도라지는 한국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뿌리채소다. 전통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귀중하게 여기던 약초이자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명약으로 여긴 것이 산삼과 인삼인데, 도라지는 이런 인삼에 버금가는 약재이자 채소다. “10년 묵은 도라지는 산삼보다도 낫다”라는 속담도 괜한 소리가 아니다. 추석이면 화양적이나 무침으로 즐기는데, 씁쓰름한 도라지를 쇠고기장국으로 양념해 볶아 잡채로 내면 그야말로 별미다. 잡채는 원래 여러 채소를 섞은 음식이라는 뜻이지만, 한 가지 채소만 당면과 무쳐 내면 고유의 맛과 향을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다.

길경잡채
재료(2인분)
도라지(껍질 벗긴 것) 100g, 오뚜기 옛날 자른당면 100g, 양파 100g, 오뚜기 쇠고기장국 1작은술, 소금·오뚜기 콩기름·오뚜기 옛날 볶음참깨 약간씩
당면 양념_ 오뚜기 고소한 참기름 1큰술, 오뚜기 불고기양념 1½큰술, 오뚜기 직접 갈아먹는 통후추 약간
만들기
① 도라지는 가늘게 찢어 소금을 약간 넣고 바락바락 주물러 쓴맛을 뺀다. 물에 헹궈 물기를 짠 뒤 쇠고기장국을 넣고 무친다.
② 냄비에 물을 붓고 불에 올려 당면을 삶는다. 당면이 투명해지면 소쿠리에 쏟아 물기를 빼고 참기름에 버무려놓는다.
③ 양파는 채 썰어 콩기름을 두른 팬에 볶다가 소금으로 간한다. 팬에 다시 콩기름을 두르고 ①의 도라지를 볶다가 물을 1큰술쯤 부어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볶는다.
④ ②의 당면에 불고기양념과 후춧가루를 넣어 무친다. 여기에 ③의 볶은 양파와 도라지를 넣고 섞는다. 싱거우면 소금으로 간해 그릇에 담고 참깨를 뿌린다.
버섯으로는 뭐든지
버섯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애용하는 식품이다. 한민족 또한 예외가 아니다.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버섯을 채취해 향과 맛을 즐겼을 뿐 아니라 여러 방식으로 요리해왔다. 특히 표고버섯은 특유의 감칠맛이 조리하면 더 강해지는데, 돼지고기나 새우 등과 궁합이 잘 맞아 함께 조리하면 영양과 맛이 배가된다. 생표고버섯에 다진 새우살을 양념해 채우고 부침가루를 입혀 전으로 부쳐 장아찌를 곁들여보자. 소금만 찍어 먹어도 훌륭하다. 식은 전은 간장이나 고추장에 슬쩍 조리면 그야말로 별미다. 밥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더할 나위 없다.

표고새우전
재료(2인분)
표고버섯 4개, 새우살 80g, 달걀물 1개분, 오뚜기 더바삭 부침가루·오뚜기 콩기름 적당량, 소금 약간
새우살 양념_ 오뚜기 미향 1작은술, 다진 쪽파 1큰술, 오뚜기 고소한 참기름 1작은술, 소금·오뚜기 순후추 약간씩
만들기
① 표고버섯은 흐르는 물에 씻어 기둥을 떼고 살짝 눌러 물기를 짠 뒤 갓 안쪽에 소금을 약간 뿌린다.
② 새우살은 옅은 소금물에 씻어 물기를 걷고 다진 뒤 분량의 재료로 양념해 끈기가 생기도록 섞는다.
③ ①의 표고버섯에 ②의 양념한 새우살을 채우고 부침가루를 골고루 묻혀 여분의 가루를 털어낸 뒤 달걀물을 입힌다.
④ 달군 팬에 콩기름을 두르고 ③의 새우살 채운 부분이 아래로 가게 해 중약불에서 지진다. 노릇해지면 뒤집어 지진다. 그릇에 담고 명이나물장아찌 등을 곁들인다.
곡물로 쑤어 특별한 묵
묵은 곡식이나 열매를 맷돌에 갈아 물을 부어 앙금을 가라앉히고, 다시 물과 섞은 뒤 풀 쑤듯 쑤어 굳힌 음식이다. 주로 밤·메밀·녹두 등으로 만들지만 옥수수·고구마 등으로도 종종 쑨다. 묵 맛은 무미에 가까울 정도로 특별하지 않지만, 향과 질감이 독특해 채소 음식에 부재료로 넣거나 갖은양념에 무쳐 양념 맛으로 먹는다. 특히 묵 중에서도 식감이 부드러우면서 떫은맛이 나는 도토리묵은 아주 특별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다람쥐나 돼지 사료로 사용해온 도토리로 한민족은 최고의 묵을 발명해냈다. 활용 요리도 다양하다. 묵무침 외에도 장국을 부어 끓이는 묵초나 장국 국물을 부어 먹는 묵사발은 물론 볶음·장아찌·전까지 다양하게 즐긴다.

도토리묵초
재료(2인분)
쇠고기 50g, 표고버섯 2개, 쪽파 2뿌리, 오뚜기 불고기양념 1작은술, 잣 약간
도토리묵_ 도토리묵 가루 ½컵, 오뚜기 향긋한 들기름 ½큰술, 소금 약간
국물_ 물 2컵, 오뚜기 쇠고기장국 1큰술
만들기
① 도토리묵 가루와 물을 냄비에 넣고 주걱으로 저어가며 끓인다. 풀떡풀떡 끓으면 불을 약간 줄여 끓이다 되직해지면 불을 끄고 들기름과 소금을 넣은 뒤 뚜껑을 덮어 뜸을 들이고 그릇에 쏟아 굳힌다. 완전히 굳으면 가로세로 2cm, 두께 1cm 크기로 썬다. 시판 도토리묵(200g)을 활용해도 좋다.
② 쇠고기는 먹기 좋게 썰어 불고기양념에 무친다.
③ 표고버섯은 씻어 기둥을 잘라낸 뒤 2mm 두께로 썬다. 쪽파는 다듬어 씻어 2cm 길이로 썬다.
④ 냄비에 물과 쇠고기장국을 부어 끓인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②의 쇠고기를 넣고 거품을 걷어내며 끓이다가 ①의 도토리묵과 ③의 표고버섯·쪽파를 넣고 끓인다. 그릇에 담고 잣을 고명으로 얹는다.
연근과 우엉만 있어도
한민족의 삶과 식문화의 뿌리는 뿌리채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민족의 생명줄을 이어온 구황식의 대명사가 바로 뿌리채소이기 때문이다. 뿌리채소는 열량원이 되는 탄수화물이 풍부하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며 저장성도 좋아 구황작물로 많이 이용했다. 그중에서도 연근과 우엉을 밥·반찬·간식으로 다양하게 즐겼는데, 조림이나 튀김 및 튀각으로 만들면 채소 특유의 식감과 맛을 살릴 수 있다. 마요네스를 딥소스로 곁들여도 잘 어울리며, 여기에 K-소스 열풍의 대표 주자인 고추장 핫소스를 섞어도 별미다.

우엉과 연근튀각
재료(2~4인분)
우엉 15cm 길이 2~3토막, 연근 ½개, 오뚜기 더바삭 부침가루 ½컵, 오뚜기 콩기름 적당량
소스_ 오뚜기 골드 마요네스· 타바스코 고추장 핫소스 적당량
만들기
① 우엉은 껍질째 씻어 필러로 얇고 길게 깎아 물에 담가놓는다. 연근도 씻어 껍질째 1mm 두께로 썰고 물에 헹궈 건져 물기를 걷는다.
② ①의 우엉과 연근에 부침가루를 듬뿍 묻혀 여분을 털어낸다.
③ 냄비에 콩기름을 붓고 달궈지면 ②의 우엉과 연근을 빳빳해질 정도로 튀겨 건진다. 소스를 입맛에 맞게 섞어 곁들인다.
중요한 순간엔 늘 대추
다른 열매는 익으면 곧 썩지만, 대추는 붉게 익은 뒤에도 아주 오랫동안 썩지 않는다. 타원형 모양과 풍성한 열매 덕분에 부귀영화와 자손 번창을 상징하는 식재료로 귀하게 대접받는 대추가 오늘날에도 제사와 혼례 음식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이유다. 다식의 훌륭한 재료인데, 그중에서도 대추초는 씨를 발라낸 대추를 꿀에 재웠다가 정성스레 조린 전통 병과로 은은한 단맛과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특별한 자리의 고임 음식으로도 쓰이지만, 심신을 안정시키고 기력을 보하는 보양 간식으로도 사랑받아왔다. 따뜻한 차와도 잘 어울리지만, 한낮 더위가 남아 있는 초가을에는 요즘 인기인 허니진저비니거를 차갑게 해 함께 내도 좋다.

대추초와 허니진저비니거
재료(12개분)
다진 대추 100g, 오뚜기 요리용 꿀 2작은술~1큰술, 통잣 12개, 잣가루 약간, 오뚜기 허니진저비니거·물·얼음 적당량
만들기
① 대추는 씨를 발라내고 커터에 넣어 곱게 갈아 김 오른 찜통에 얹어 5분 정도 찐다. 볼에 쏟아 한 김 식으면 꿀을 넣고 잘 섞어 반죽한 뒤 12등분해 대추 모양으로 만들고, 한쪽에 잣을 끼운 다음 잣가루를 고루 묻힌다.
② 허니진저비니거를 물에 1:5~1:7 비율로 섞어(물 1컵에 허니진저비니거 1~2큰술 정도) 얼음을 띄워 낸다.

한식 바이블 〈K FOOD: 한식의 비밀〉
오뚜기함태호재단의 지원과 故 이어령 선생의 조언 아래 한식을 종횡으로 통찰한 다섯 권짜리 한식 인문학 책. 한식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이, 한국 문화에 대한 식견을 넓히고자 하는 이, 외국 친구에게 뜻깊은 선물을 준비하는 이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디자인하우스(한글판, 영문판 별도).
기사에 등장한 오뚜기 제품은 모두 오뚜기몰(otokimall.com)에서 구입할 수 있다.